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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re not paying for the product, then you are the product(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네가 상품이다)’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 나온 유명한 문장이다. ‘소셜 딜레마’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의 해악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다. 제작진은 우리가 무료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는 사실 절대 무료가 아니며 우리의 관심, 취향, 시간을 소셜미디어에 지불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얻어진 사용자 정보를 활용해 소셜 미디어는 사용자에게 맞춤형 광고와 콘텐츠를 노출시키며 사용자가 광고를 클릭하면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는다. 제작진은 광고 클릭이 곧 소셜 미디어의 수입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클릭할 만한 광고를 알아내고자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한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또한 사용자가 관심 있을 만한 콘텐츠를 노출시키는 소셜 미디어의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확증 편향을 강화해 사회 분열을 조장시키고 소셜미디어에 쉽게 중독되게 만드는 부작용을 지적한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제작진은 소셜미디어를 흡사 사용자를 인질로 잡아 착취하는 강도처럼 말한다. 또한 추천 알고리즘과 타겟 광고를 강도의 도구이자 공범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과연 정말 추천 알고리즘과 타겟 광고가 나쁘기만 한 것일까?

 

IT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가 사용자의 체류시간을 높이기 위해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재방문 고객을 늘리기 위해 요리사가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처럼 서비스사들은 고객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기 위한 빅데이터 및 통계 관련 기술 연구들은 IT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소셜 미디어들은 자신들이 사회에 대해 갖고 있는 영향력을 인지하고 스스로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한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을 막는 기술적,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부작용은 늘 있어왔다. 부작용의 해결책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해서 다큐멘터리에서 말한 것과 같이 ‘추천 알고리즘을 당신의 앱에서 제거하라’는 것은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꼴이며 사회의 진보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광고는 어떨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광고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은 IT 서비스사들의 오래된수익 모델이다. 서비스사 입장에서 광고는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주된 수입원이다. 페이스북의 작년 4분기 광고매출은 271억달러로 전체 매출의 97%에 달한다. 이렇게 벌은 돈은 약 5만명의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서버비, 마케팅비 등 회사를 지탱하기 위한 운영비로 사용된다.

 

제품(또는 서비스, 이하 제품으로 표기)을 판매하는 회사 입장에서 광고는 자사 제품을 필요한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다. 소비자들이 광고를 통해 접하게 되는 제품들은 일반적으로 광고주가 보유한 제품 중 우수한 제품일 확률이 높다. 광고주들은 가장 경쟁력 있다고 판단한 제품에 광고비를 투자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광고를 통해 새로운 양질의 제품, 프로모션 소식을 발견하게 된다.

 

 

소셜 미디어와 같이 광고주로부터 광고를 받고 소비자에게 광고를 전달하는 광고 플랫폼은 소비자와 광고주를 연결시켜주는데 이때 사용되는 것이 앞서 말한 추천 알고리즘이다. 광고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이 정교하면 정교할 수록 광고를 통해 필요한 사람에게 최적의 타이밍에 가장 맞는 제품을 전달되며 이로써 소비자의 탐색비용을 줄여주고 광고주는 광고비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추천 알고리즘은 과거의 행태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는 방법이다. 이 알고리즘이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소비자 정보가 필요하다. 소비자가 광고 플랫폼에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록 광고주는 이를 참고해 소비자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는 제품이나 프로모션 정보를 제안한다. 이때 광고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가 된다. 

 

이처럼 타겟 광고의 기능이 긍정적으로 발휘되면 사회 구성원에게 효용을 제공한다. 다만 이러한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는 타겟 과정에 사용되는 개인정보의 통제권을 각 개인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광고에 어떻게 활용되었고, 광고 활용을 원하지 않을 때 언제라도 즉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애플의 새로운 정책은 환영할 만하다. 애플은 지난해 6월 ‘앱 추적 투명성’이라는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따라 아이폰에 설치한 앱은 사용자의 디바이스 활동을 수집할 때 팝업창을 띄어 사용자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용자는 각 앱이 어떠한 정보를 수집하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고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사실 지금도 사용자는 언제든지 구글, 페이스북 계정 정보에 접속해 나의 정보가 어떻게 광고로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 가능하며 광고에 사용되는 것을 제한할 수도 있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각 사용자에게 개인 정보의 통제권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IT서비스 또는 광고 플랫폼 운영사가 광고 전달 과정에 개인정보를 사용한다면 개인정보 수집, 활용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각 개인이 자신의 정보 제공 여부를 설정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사용자는 개인정보가 활용되는 것에 대해 보다 엄격한 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기업에 정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정책 입안자에게 필요한 정책 마련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기술의 진보를 후퇴시키지 않으며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기술 유산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전체 사회의 효율이 높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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